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컵을 돌아오게 했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시행 지역에서 컵 10개 중 6개를 돌아오게 했지만 적용 범위가 좁고 정책 신호가 흔들리면서 전국 사용량은 줄이지 못했습니다. 제주도 집계를 보면 2025년 제주에서 일회용컵 557만 6,863개가 돌아와 반환율 60%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해 정부와 일회용품 감축 협약을 맺은 카페·패스트푸드 24개사는 일회용컵 10억 8,900만 개를 써 2년 연속 최고치를 냈습니다(경향신문). 제주 반환량은 이 사용량의 약 0.5%입니다. 집계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보증금제가 다룬 규모는 작습니다.
보증금제는 음료를 살 때 컵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2002년 도입됐다가 2008년 폐지됐고 2022년 12월 세종·제주에서 가맹점 100곳 이상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다시 시작됐습니다.
목차
-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컵을 돌아오게 했나
- 보증금제 반환율 추이: 11.9%에서 73.9%, 다시 44.3%로
- 제주와 세종 반환율은 왜 갈렸나
- 정책 신호가 흔들리면 일회용컵 사용량도 흔들렸다
- 자율 시행 이후 제주는 보증금제 유지, 세종은 다회용컵 전환
- 독일·EU는 의무와 시한을 법에 새겼다
- 시사점과 과제: 감축 목표와 통계를 법에 묶어야 한다
- 자주 묻는 질문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보증금제 반환율 추이: 11.9%에서 73.9%, 다시 44.3%로
세종·제주 통합 반환율은 2022년 12월 11.9%로 출발해 2023년 10월 73.9%로 정점을 찍었습니다(경향신문·브릿지경제). 2024년 6월에는 44.3%로 29.6%p 떨어졌다가 그해 12월 54.8%로 일부 회복했습니다. 하락은 정책 후퇴 직후에 시작됐습니다. 2023년 11월 정부는 매장 안 종이컵을 규제에서 빼고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 연도 | 반환량 | 반환율(연간 총량 기준) | 출고량 역산(추산) |
|---|---|---|---|
| 2022(12월) | 5만 682개 | 9.6% | |
| 2023 | 477만 5,637개 | 52.8% | 약 904만 개 |
| 2024 | 415만 9,425개 | 54.4% | 약 765만 개 |
| 2025 | 557만 6,863개 | 60.0% | 약 929만 개 |
표 1. 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연도별 반환 실적(누적 1,456만 2,607개). 자료: 제주도 집계(네이트뉴스, 2026년 1월). 출고량은 반환량을 반환율로 나눠 연구원이 계산한 추산값입니다.
제주만 보면 반환율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제주 월별 반환율은 2023년 11월 78.4%가 최고였고 2024년 6월 48.4%까지 내려갔다가 2025년 1~9월 월평균 61.8%로 올라섰습니다(경향신문). 그렇다고 컵 사용이 줄어든 것은 아닌데요. 대형 매장이 합류하면서 역산 출고량도 함께 늘었습니다. 회수 효과만큼은 분명해서 누적 반환량으로 플라스틱 약 121톤과 종이 약 80톤을 줄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제주와 세종 반환율은 왜 갈렸나
같은 보증금 300원을 쓰고도 두 지역의 결과를 가른 것은 대형 매장 유치와 회수 보상에 쏟은 지자체의 행정력이었습니다. 시행 8개월째인 2023년 8월 반환율은 제주 64%, 세종 45%로 19%p 차이가 났습니다(한국일보). 매장 참여율은 시행 초기 제주 94.6%, 세종 64.9%에서 2024년 8월 44.8%, 31.3%로 둘 다 절반 넘게 줄었지만 제주가 줄곧 앞섰습니다(경향신문).
제주는 대형 매장과 회수 보상으로 반환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스타벅스는 2024년 6월 제주 매장의 다회용컵 운영을 보증금제로 바꿨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도 “대형 매장인 스타벅스가 참여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환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도는 재활용도움센터 회수기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에 탄소포인트를 얹어 주고 컵 5개마다 10ℓ 종량제봉투 1장을 줬으며 참여 매장에는 6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가맹점 100곳 기준이 남긴 사각지대
두 지역 모두 참여율이 반토막 난 근본 원인은 적용 기준입니다. 대상이 가맹점 100곳 이상 프랜차이즈뿐이어서 같은 거리의 개인 카페에서 산 컵은 반납할 수 없었습니다. 일부 매장만 라벨 부착·회수·보관 부담을 지고 손님까지 잃는 구조였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기거나 참여를 피했습니다. 한 점주의 말처럼 “10곳 중 1곳만 참여하면 나머지는 있으나 마나”였습니다(제주의소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가맹점 100곳 기준과 컵을 돈 주고 사는 구조(유상판매) 모두 한계라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이 낮은 참여율을 정책 전환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보증금제만으로는 실질적 감량 효과가 미흡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참여율 하락이 좁은 기준과 정책 혼선에서 비롯된 만큼 필요한 것은 폐지가 아니라 설계 수정입니다. 독일은 가맹점 수 대신 매장 규모로 예외를 둡니다. 직원 5명 이하이면서 면적 80㎡ 이하인 매장은 다회용기 제공 의무를 면제받는 대신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음료를 담아 줘야 합니다.
정책 신호가 흔들리면 일회용컵 사용량도 흔들렸다
협약 업체의 일회용컵 사용량은 규제가 강해진 해에 줄고 규제가 풀린 해에 늘었습니다.
| 연도 | 협약 업체 사용량 | 전년 대비 | 같은 시기 정책 사건 |
|---|---|---|---|
| 2013 | 6억 4,300만 개 | 협약에 ‘2020년까지 22% 감량’ 목표 | |
| 2016 | 7억 6,000만 개 | ||
| 2019 | 3,300만 개 감소(-3.8%) | 2018년 8월 매장 내 플라스틱컵 단속 강화 | |
| 2022 | 10억 3,600만 개 | 12월 세종·제주 보증금제 시행 | |
| 2023 | 9억 4,000만 개 | 9,600만 개 감소(-9.3%) | 매장 내 규제 재적용, 11월 종이컵 규제 제외 |
| 2024 | 10억 7,200만 개 | 1억 3,200만 개 증가(+14.0%) | 6월 통합 반환율 44.3%로 하락 |
| 2025 | 10억 8,900만 개 | 1,700만 개 증가(+1.6%) | 10월 지자체 자율 시행 방침, 12월 컵 따로 계산제 제시 |
표 2. 일회용품 감축 협약 업체의 일회용컵 사용량과 정책 연표. 자료: 경향신문(2026년 10월), 에너지데일리. 협약 참여 업체만 합한 값으로 국내 전체 사용량이 아니고 연도별 참여 업체 수도 다릅니다. 2022년 값은 2023년 사용량에 감소량을 더해 계산했습니다.
종이컵을 규제에서 뺀 뒤인 2024년 사용량은 14.0% 늘어 규제가 강했던 2019년(-3.8%), 2023년(-9.3%)과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25년 사용량은 2016년보다 43.3% 많고 2013년의 약 1.7배입니다. 사용량은 매장 수와 매출, 배달·포장 수요에도 좌우되므로(에너지데일리) 증가를 규제 완화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협약 관리도 허술했습니다. 2013년 협약의 정량 목표는 2018년부터 사라졌고 2002년 첫 협약 이후 24년간 이행 결과 공개는 4번뿐이었습니다. 최근 5년간 일회용품 규제 위반 과태료는 연평균 72건에 그쳤습니다. 한정희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측정할 수 있는 목표 없이 협약을 반복하는 것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연구원은 사용량과 반환율 모두 제도 자체보다 정책 신호의 일관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평가합니다.
자율 시행 이후 제주는 보증금제 유지, 세종은 다회용컵 전환
2025년 10월 정부는 자원재활용법을 고쳐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에 맡기고 운영·관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습니다(브릿지경제). 12월에 나온 컵 따로 계산제는 컵 가격을 영수증에 따로 적을 뿐 반납 의무가 없습니다. 환경단체는 이를 정책 후퇴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주도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맺은 ‘일회용품 없는 섬 제주’ 협약을 2030년 9월까지 연장하고 보증금제를 이어 갑니다. 세종에서는 2026년 10월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세종시·세종시의회·자원순환사회연대가 다회용컵 전환 협약을 맺어 참여 매장이 정부세종청사 안 20곳에서 40곳으로 늘었습니다. 보증금은 1,000원이고 소비자는 컵당 탄소중립포인트 300원, 매장은 컵당 30원을 받습니다(데일리환경·파이낸셜뉴스).
세종 모델은 2023년 6월 정부세종청사 커피전문점에서 출발해 공공기관이 먼저 기반을 닦았습니다(아주경제). 기대 감축량 연 200만 개 이상은 제주 2025년 반환량의 약 36%입니다. 반환량은 이미 쓴 컵을 회수한 양이고 감축량은 일회용컵을 아예 쓰지 않게 한 양이어서 성격은 다릅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매장별 이행을 점검하는 구조는 24년간 이행 결과를 4번 공개한 협약보다 한발 나아간 설계입니다. 반면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자율 시행이 지역 간 격차를 키운다며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요구합니다.
독일·EU는 의무와 시한을 법에 새겼다
한국이 자율과 인센티브로 옮겨 가는 사이 유럽은 일회용컵 대안을 시한이 정해진 법적 의무로 만들었습니다. 2026년 8월 12일부터 27개 회원국에 그대로 적용되는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에 따라 테이크아웃 매장은 2027년 2월부터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추가 요금 없이 음료를 담아 줘야 하고 2028년 2월부터는 다회용 선택지를 내놓아야 합니다. 2030년 테이크아웃 다회용 10%(노력 의무), 음료 유통 다회용 2030년 10%·2040년 40%라는 정량 목표와 2029년 음료용기 분리수거율 90%, 보증금 반환제 의무화도 함께 정해졌습니다.
독일은 2023년 1월부터 음식점이 다회용 대안을 일회용과 같거나 더 낮은 가격에 내놓게 했고 위반하면 최대 1만 유로 과태료를 물립니다. 그래도 WWF 독일은 실제 다회용기 사용이 여전히 낮고 지자체 단속 역량이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의무만으로도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일정이 유예와 자율 전환으로 거듭 바뀐 한국에는 제주에서 효과가 확인된 인센티브에 제공 의무와 정량 목표, 단속을 함께 묶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자료: packagingregulation.org, PPWR Consulting, Wegweiser Mehrweg, circlecube, 에너지데일리.
시사점과 과제: 감축 목표와 통계를 법에 묶어야 한다
보증금제가 남긴 효과를 지키려면 감축 목표와 시행 일정, 전체 매장 통계를 법률로 고정해 정책 신호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반환율과 사용량이 규제의 강약을 따라 움직였듯 새 수단도 신호가 흔들리면 같은 길을 걷습니다.
정책 담당자
- 협약 업체 합계로는 정책 효과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전체 매장의 컵 사용량과 반환율을 해마다 공개해야 합니다.
- 컵 따로 계산제나 다회용컵 할인 같은 새 수단에도 감축량·이용률·회수율 목표와 점검 시점이 붙어야 효과를 잴 수 있습니다.
- 시행 일정과 대상은 유예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시행 지역이 두 곳뿐인 지금 자율화가 후퇴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가 최소 기준과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지자체
제주는 매장 참여율이 48.5%(2025년 11월, 557곳 중 270곳)에 머문 상황에서도 대형 매장 유치와 회수 보상, 참여 매장 지원을 묶어 반환율 60%를 지켰습니다. 자율 시행을 택하는 지자체라면 이 조합에서 출발할 만합니다. 소규모 매장의 부담은 세종처럼 무인회수기와 세척비 지원, 매장 포인트로 나누고 연 200만 개 감축 목표 같은 성과는 매장별 실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시민
제도가 꾸준하면 시민은 따라왔습니다. 2023년 11월 제주 도민의 보증금제 인지율은 91%, 취지 공감도는 82%였습니다(제주의소리). 같은 해 1~7월 제주 텀블러 사용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0.4% 늘어 전국 증가율 24.7%의 7.3배였습니다. 컵 반납과 텀블러 사용, 지역 일회용품 정책에 내는 의견이 제도를 지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