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중금속 농도는 줄었는데 왜 노출 격차는 남았을까
국민 체내 중금속 농도 가운데 납과 수은의 평균은 15년 사이 낮아졌지만 노출이 몰리는 집단의 격차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24년 12월 30일 3세 이상 6,608명을 분석한 제5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2021~2023년) 결과를 공개하며 혈중 납과 수은이 제1기 이후 감소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9개 국가산업단지 주변 주민 2,099명 가운데 45명(2.1%)은 체내 중금속 농도가 국제 권고치를 넘었습니다. 2025년 환경안전진단을 받은 어린이활동공간 2,509곳 중 1,084곳(43.2%)도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전국 대표 조사가 공표하는 값은 극단값에 덜 흔들리는 기하평균입니다. 그래서 고노출 집단은 산단 주민 조사나 시설 진단 같은 별도 사업에서야 드러납니다. 정책이 평균을 낮춘 만큼 격차도 줄였는지는 두 그림을 겹쳐 봐야 판단이 섭니다.
목차
- 기초조사 1~5기 추이: 혈중 납·수은은 2기 정점 뒤 하락
- 연령별 격차: 카드뮴은 나이 들수록 쌓이고 어린이 혈액 자료는 비어 있다
- 지역별 격차: 해안 수은은 밥상에서, 산단 납·벤젠은 배출원에서
- 계층·시설별 격차: 지역아동센터 70.7%가 기준 초과
- 정책 효과: 평균은 낮췄지만 상위 5%는 권고값에 가깝다
- 국제 비교: 한국 성인 혈중 수은은 미국의 3.4배
- 시사점과 과제: 고노출 집단을 추적하는 체계로
- 자주 묻는 질문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기초조사 1~5기 추이: 혈중 납·수은은 2기 정점 뒤 하락
성인 혈중 납과 수은은 2기(2012~2014년)에 가장 높았고 3기에 뚜렷하게 내려갔습니다.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는 2009년부터 3년마다 국민 몸속 유해물질을 재 온 법정조사이자 국가승인통계(제106027호)입니다. 대상자는 기수마다 6,000명대였지만 분석 물질은 1기 16종에서 5기 64종으로 4배가 됐고 5기에는 중금속도 3종에서 9종으로 늘었습니다.
성인 혈중 납 기하평균은 1기 1.77㎍/dL, 2기 1.94㎍/dL, 3기 1.60㎍/dL였습니다. 3기 값은 2기보다 17.5%, 1기보다 9.6% 낮습니다. 혈중 수은도 3.08㎍/L, 3.11㎍/L, 2.75㎍/L로 같은 흐름을 그려 3기 값이 2기보다 11.6%, 1기보다 10.7% 낮았습니다. 납은 ㎍/dL, 수은은 ㎍/L 단위여서 두 숫자를 그대로 나란히 놓으면 10배 차이를 잘못 읽게 됩니다.
Jung et al.(2022) 연구진은 장기 하락의 배경으로 1993년 1월 1일 시행된 유연휘발유 퇴출을 꼽았습니다. 배출원 하나를 시장에서 걷어 낸 정책이 20여 년에 걸쳐 국민 평균을 끌어내린 셈입니다.
연령별 격차: 카드뮴은 나이 들수록 쌓이고 어린이 혈액 자료는 비어 있다
중금속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고 환경호르몬은 어릴수록 높습니다. 3기 소변 중 카드뮴 기하평균은 3~5세 0.108㎍/L, 6~11세 0.232㎍/L, 12~18세 0.289㎍/L, 성인 0.359㎍/L로 계단처럼 올라갑니다. 성인이 3~5세의 3.3배입니다. 카드뮴은 몸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아 나이가 들수록 쌓이기 때문입니다. 혈중 납과 혈중 수은도 성인(1.60㎍/dL, 2.75㎍/L)이 중고생(0.802㎍/dL, 1.37㎍/L)의 2.0배였습니다. 소변 중 수은만은 0.355~0.422㎍/L 범위에 머물러 연령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플라스틱 가소제인 DEHP 같은 환경호르몬 대사체는 오히려 어릴수록 높았는데요. 국립환경과학원은 어린이의 단위 체중당 음식 섭취량과 호흡률이 높고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행동 특성이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봤습니다.
문제는 5기에서 어린이 혈액을 채취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통계청 통계설명자료에 따르면 영유아와 초등생은 혈중 납·수은 대표값 없이 소변 지표만 남습니다. 납 감시가 가장 필요한 연령대에서 정작 혈중 납 자료가 빠진 것입니다.
지역별 격차: 해안 수은은 밥상에서, 산단 납·벤젠은 배출원에서
3기 성인 혈중 수은은 해안 지역이 3.34㎍/L로 도시(2.76㎍/L)보다 21.0%, 농촌(2.64㎍/L)보다 26.5% 높았습니다(Jung et al., 2022). 수은 섭취량의 77.8%가 어패류에서 왔고 영남권 수치가 높은 이유로는 상어고기를 먹는 지역 식문화가 지목됐습니다. 카드뮴도 대기보다 식이 경로의 비중이 커서 주식인 쌀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산단 주변은 사정이 다릅니다. 2023년 5월 발표된 제3기 산단 주변지역 환경오염도·주민건강영향조사(2018~2022년)는 광양·시화·반월·여수·울산·온산·포항·대산·청주 9개 산단을 살폈습니다. 포항의 대기 중 납은 0.032㎍/㎥로 전국 평균(0.019㎍/㎥)의 1.7배, 울산의 대기 중 벤젠은 0.73ppb로 전국 평균(0.23ppb)의 3.2배였습니다. 대기환경기준(납 0.5㎍/㎥, 벤젠 1.5ppb) 안이지만 전국 평균보다는 뚜렷하게 높습니다.
29종 만성질환 발생은 산단에서 5㎞ 떨어진 대조지역과 대체로 비슷했고 울산 주변 주민의 천식·기관지염 같은 만성하기도질환이 다소 높은 정도였습니다. '산단에 살면 고노출'이라는 단순한 등식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해안 주민의 수은은 식단으로, 산단 주민의 납·벤젠은 배출 관리로 풀어야 하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계층·시설별 격차: 지역아동센터 70.7%가 기준 초과
어린이의 노출 격차는 하루를 보내는 시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성인에게는 생활습관이 변수여서 3기 성인 혈중 납은 흡연, 주 3회를 넘는 음주와 유의하게 관련됐습니다.
| 시설 유형(2025년 진단) | 진단 시설 | 기준 초과 | 초과율 |
|---|---|---|---|
| 지역아동센터 | 587곳 | 415곳 | 70.7% |
| 유치원 | 71곳 | 48곳 | 67.6% |
| 초등학교 | 352곳 | 233곳 | 66.2% |
| 어린이집 | 505곳 | 311곳 | 61.6% |
| 테마파크 영업소 | 12곳 | 6곳 | 50.0% |
| 놀이시설 | 982곳 | 71곳 | 7.2% |
| 합계 | 2,509곳 | 1,084곳 | 43.2% |
자료: 당진신문 어린이활동공간 환경안전진단 보도(2026년 10월 국정감사 자료)
지역아동센터 초과율은 놀이시설의 9.8배입니다. 기준을 넘은 항목은 프탈레이트 725곳, 중금속 476곳, 공기질 202곳 순이었습니다(한 시설이 여러 항목에 해당하면 중복 집계). 초과율이 낮은 놀이시설과 높은 돌봄·교육 건물의 대비는 도료나 마감재 같은 건축 자재가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지역아동센터는 돌봄 취약계층 아동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어서 베이비뉴스 등은 이를 환경 형평성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정의 소득 격차가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의 질을 거쳐 노출 격차로 옮겨 가는 구조입니다.
정책 효과: 평균은 낮췄지만 상위 5%는 권고값에 가깝다
배출원 규제는 평균을 확실히 낮췄습니다. 혈중 납이 장기적으로 줄었고 환경보건신문에 따르면 DEHP 대사체도 1기부터 5기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습니다. 과불화화합물의 하나인 PFOS 역시 성인과 중고생에서 줄었습니다.
평균 아래 가려진 분포는 다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4기 조사를 시작하며 건강영향 권고값(HBM)을 정했습니다. 이 값보다 낮으면 건강 영향이 없다고 보는 몸속 농도로 성인 혈중 수은은 15㎍/L, 성인 소변 중 카드뮴은 4㎍/L, 3~18세 소변 중 카드뮴은 2㎍/L입니다. 3기 성인 혈중 수은 기하평균 2.75㎍/L는 권고값의 18.3%, 소변 중 카드뮴 0.359㎍/L는 9.0%에 그칩니다. 그러나 상위 5% 경계값인 혈중 수은 95백분위수는 8.81㎍/L로 기하평균의 3.2배이자 권고값의 58.7%입니다. 평균은 권고값보다 한참 낮아도 상위 노출 집단은 권고값에 훨씬 가깝습니다.
고노출 집단 대책은 사업마다 흩어져 있습니다. 산단 조사는 납·카드뮴·크롬·수은이 국제 권고치를 넘거나 벤젠 대사체가 전국 분포 상위 5%를 넘은 주민을 관리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중금속 권고치를 넘은 45명에게는 권역별 환경보건센터가 노출경로 추가 조사와 저감 컨설팅, 건강검진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환경부는 2025년부터 사업장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고 이동측정차량과 드론으로 감시하면서 2027년까지 조사를 이어갑니다.
어린이활동공간의 기준 초과 시설은 2021년 79곳에서 2022년 249곳, 2023년 373곳, 2024년 945곳, 2025년 1,084곳으로 늘었습니다. 해마다 진단 규모가 달라 이 증가를 곧바로 악화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5년 누적(6,922곳 중 2,730곳, 39.4%)에서 2025년을 빼면 2021~2024년 초과율은 37.3%(4,413곳 중 1,646곳)로 2025년 43.2%보다 5.9%포인트 낮습니다. 진단이 늘며 문제가 더 드러난 '발견 효과'일 수도 있지만 개선이 진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어기구 의원도 '기준 초과 시설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끝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비교: 한국 성인 혈중 수은은 미국의 3.4배
비슷한 시기 각국 자료와 견주면 한국의 수은과 카드뮴은 구조적으로 높습니다.
| 지표(기하평균) | 한국 3기(2015~2017년) | 미국 NHANES(2015~2016년) | 한국/미국 |
|---|---|---|---|
| 성인 혈중 납(㎍/dL) | 1.60 | 0.920 | 1.74배 |
| 성인 혈중 수은(㎍/L) | 2.75 | 0.810 | 3.40배 |
| 청소년 혈중 수은(㎍/L) | 1.37 | 0.395 | 3.47배 |
| 성인 소변 중 카드뮴(㎍/L) | 0.359 | 0.174 | 2.06배 |
자료: Jung et al.(2022) KoNEHS 3기 논문
성인 혈중 수은은 캐나다 CHMS 값(0.72㎍/L)과 비교해도 3.82배입니다. 아동의 격차는 더 큽니다. 연구진은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소변 중 카드뮴이 미국 같은 연령대(0.055~0.057㎍/L)의 약 4배라고 분석했습니다. 성인(2.06배)을 크게 웃도는 차이입니다. 데이터뉴스는 2기 결과를 두고 국민 혈중 수은이 미국·독일보다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3기에도 같은 격차가 되풀이된 것은 어패류와 쌀 중심의 식단이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독일 인체모니터링위원회가 만든 2단계 HBM 권고값으로 판정합니다. 독일은 GerES V(2014~2017년)에서 아동·청소년의 혈액과 소변 중 납·카드뮴·수은·크롬을 따로 보고합니다. 연구진은 한국의 수준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아동의 성장·발달 영향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아동 혈액 조사를 뺀 5기 설계는 이 권고와 어긋납니다.
시사점과 과제: 고노출 집단을 추적하는 체계로
체내 중금속 정책은 평균을 낮추는 데 성과를 냈지만 격차가 줄었는지 확인할 측정 체계는 갖추지 못했습니다. 진행 중인 제6기 조사(2024~2026년)가 이 공백을 메울 첫 기회입니다.
정책 담당자가 먼저 손볼 것은 공표 방식과 아동 자료입니다. 기하평균과 함께 95백분위수와 권고값 초과자 비율을 기본 공표 항목에 넣고 아동 표본 일부라도 채혈하거나 별도의 아동 납 감시 사업과 연계해 혈중 납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산단 고노출자 관리를 일회성 사업으로 끝내지 말고 같은 주민을 계속 관찰하는 추적 코호트로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2025년 배출허용기준 강화가 주민 체내 농도를 실제로 낮췄는지 검증됩니다. 어린이활동공간 개선 예산은 초과율 70.7%로 가장 높은 지역아동센터에 먼저 돌리고 재진단 결과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에게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식단입니다. 해안·영남 지역처럼 어패류와 상어고기를 자주 먹는다면 섭취 빈도를 조절해 혈중 수은을 낮출 수 있습니다.
국민 평균이 권고값보다 한참 낮아진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아직 고노출 집단에 남아 있는가'입니다. 기초조사와 산단 조사, 시설 진단 결과를 하나의 노출 격차 지표로 엮어야 정책 효과가 제대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