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 이후 우리 동네 공원은 어떻게 됐을까요?
도시공원 정책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2020년 7월 1일입니다. 이날 20년 넘게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효력이 한꺼번에 사라 지면서 공원 부지 약 340㎢가 실효됐는데요.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는 땅이 하루 만에 법적으로 공원이 아니게 된 셈입니다. 그럼에도 전국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은 12.3㎡로 완만하게 늘었고, 결정면적 691㎢ 대비 조성률은 84.3%까지 올라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공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입·구역 지정·민간 개발이라는 세 갈래 대응이 지역마다 다르게 작동한 결과입니다.
목차
- 실효 예정지였던 산자락을 걸어봤습니다
- 공원일몰제란 무엇이고 왜 생겼을까요
- 지자체가 택한 세 갈래 대응
- 숫자로 보는 지금의 도시공원
- 일몰 이후 5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 남은 쟁점: 재산권과 형평성
- 내 동네 공원 상태를 확인하는 네 단계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실효 예정지였던 산자락을 걸어봤습니다
지난 봄, 수도권 한 도시의 근린공원 부지를 찾아갔습니다.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묶인 지 30년이 넘었지만 시설이라고는 산 아래 입구의 낡은 안내판과 흙길이 전부인 곳이었습니다. 지도 앱에는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고, 등산로 입구에는 아침마다 사람들이 모입니다. 겉보기에 그냥 동네 뒷산입니다.
그런데 능선을 따라 30분쯤 올라가자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사유지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두 군데 걸려 있었고, 한 곳은 철망으로 길이 끊겨 있었습니다. 현수막에 적힌 날짜는 2021년이었습니다. 일몰 이후에 붙은 것이죠.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인근 주민은 "예전엔 여기로 넘어가서 반대편 아파트로 내려갔는데 이제 못 간다"고 했습니다.
같은 산인데 어떤 구간은 시가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했고, 어떤 구간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다시 묶였으며, 어떤 구간은 사유지로 풀렸습니다. 이 세 갈래가 능선 하나에 뒤섞여 있다는 사실이 이번 취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구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요, 걷다가 막히고 나서야 제도의 경계선을 체감하게 됩니다.
공원일몰제란 무엇이고 왜 생겼을까요
핵심은 사유재산권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으로 어떤 땅을 공원으로 결정하면, 소유자는 그 땅에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없어 보상은 하지 않은 채 결정만 유지되는 상태가 수십 년씩 이어졌습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이런 장기미집행 상태를 헌법불합치로 판단했습니다. 보상 없이 무기한으로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20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결정 효력이 자동으로 사라지도록 법이 바뀌었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날이 2020년 7월 1일이었습니다.
당시 실효 대상 도시계획시설은 703㎢였고 그중 공원이 397㎢를 차지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실효된 공원 면적은 약 340㎢로 집계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결정 시점이 제각각이다 보니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일몰이 이어졌고, 시민사회는 2025년까지 160㎢ 이상이 추가로 풀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지자체가 택한 세 갈래 대응
일몰을 앞두고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셋이었습니다. 각각 비용과 부작용이 달랐습니다.
| 대응 방식 | 작동 원리 | 지자체 부담 | 토지주 입장 | 주로 쓰인 곳 |
|---|---|---|---|---|
| 직접 매입 | 지방채를 발행해 토지를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 | 매우 큼 | 보상을 받음 | 재정 여력 있는 대도시 일부 |
| 도시자연공원구역 | 용도구역으로 다시 지정해 개발을 제한 | 거의 없음 | 보상 없이 제한 지속 | 서울 등 산지 비중 높은 도시 |
| 민간공원 특례사업 | 민간이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기부채납하고 30% 이하를 개발 | 적음 | 개발 수익 발생 | 광주·부산 등 |
직접 매입은 가장 깔끔하지만 가장 비쌉니다. 공원 하나를 사들이는 데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지방채를 발행해 감당한 지자체는 이후 몇 년간 다른 사업을 줄여야 했습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공원 결정이 풀려도 용도구역으로 다시 묶으면 개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방식은 토지주에게 보상 없이 제한만 남깁니다. 일몰제가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는데 그 취지를 우회한다는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구역 내 토지에 대해 재산세와 상속세를 대폭 감면해 균형을 맞추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5만㎡ 이상 공원이 대상입니다. 민간사업자가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 이하에 아파트 같은 비공원시설을 지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인데요.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가 공원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혔지만, 결과적으로 산자락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경관과 교통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됐습니다.
숫자로 보는 지금의 도시공원
제도의 결과는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도시계획현황을 기준으로 정리한 지표를 보면 도시공원 결정면적은 691㎢, 실제 조성면적은 583㎢로 조성률은 84.3%입니다.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은 12.3㎡로 꾸준한 증가 추세입니다.
문제는 평균이 가리는 것들입니다. 짚어봐야 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 조성면적과 이용 가능 면적은 다릅니다. 조성면적에는 산지형 공원이 크게 포함됩니다. 걸어서 갈수 있는 생활권 공원만 따로 보면 수치는 뚝 떨어집니다. 서울의 경우 1인당 도보생활권 공원 면적이 5.71㎡ 수준으로, 도시공원 확보 기준인 1인당 6㎡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 자치구 간 편차가 큽니다. 산을 낀 자치구와 평지 주거지역의 1인당 공원 면적은 수십 배까지 벌어집니다. 평균 12.3㎡는 어느 동네의 실제 경험도 대표하지 않습니다. 같은 시 안에서도 산을 낀 외곽 동과 역세권 주거지의 체감 차이가 극명합니다.
- 일몰 이후 남은 결정도 여전히 미집행입니다. 조성률 84.3%의 나머지 15.7%는 결정만 있고 아직 공원이 되지 않은 땅입니다. 이 구간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일몰 이후 5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재원 구조입니다. 일몰을 앞둔 시기에 정부는 지방채 이자 지원 비율을 높이고 국공유지의 실효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식으로 지자체를 뒷받침했습니다. 지방채 이자를 최대 70%까지 보전해 주는 조치가 대표적인데요, 이 지원이 없었다면 매입을 선택한 지자체 수는 훨씬 적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 변화는 관리 주체의 다변화입니다. 매입한 부지를 전부 정비하기 어렵다 보니, 최소한의 동선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자연 상태로 두는 방식이 늘었습니다. 이걸 두고 방치라고 보는 시각과, 생태적으로는 오히려 낫다는 시각이 갈립니다. 실제로 산지형 공원에 데크와 운동기구를 촘촘히 넣었다가 토양 유실과 관리비 증가를 겪은 사례가 적지 않아서, 최근에는 시설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기조가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세 번째는 도시숲 제도와의 접점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공원은 국토교통 계통, 도시숲은 산림 계통으로 관리 부처가 다릅니다. 같은 산자락을 두고 두 제도가 각각 통계를 잡다 보니 시민이 체감하는 녹지와 통계상 녹지가 어굿나는 일이 생깁니다. 두 지표를 나란히 놓고 읽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일몰제는 공원을 없앤 제도가 아니라, 공원을 어떻게 지킬지 결정하라고 지자체를 몰아붙인 제도에 가깝습니다. 그 결정의 결과가 지금 동네마다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은 쟁점: 재산권과 형평성
일몰제 시행 5년이 지난 지금 남은 쟁점은 크게 둘로 좁혀집니다.
첫째는 보상 절차의 시한입니다. 매입을 결정하고도 협의가 되지 않으면 수용재결 신청이라는 절차를 거쳐야하고, 이 신청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결정은 결국 실효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예산 확보와 감정평가, 협의 기간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빠듯합니다. 행정 일정이 밀리면 그동안 들인 매입 비용이 무의미해지는 구조라서, 연초에 보상 절차를 서두르는 지자체가 많습니다. 토지주 입장에서도 협의가 길어지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식은 아닙니다. 감정평가액을 둘러싼 이견이 가장 흔한 지연 사유로 꼽히는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간극이 큰 산지에서는 협의 자체가 여러 해를 끌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송으로 넘어가면 공원 조성 시점은 다시 뒤로 밀립니다.
둘째는 환경 형평성입니다. 재정이 튼튼한 지자체는 땅을 사들여 공원을 지켰고, 그렇지 못한 곳은 구역 지정으로 버티거나 민간 개발을 받아들였습니다. 공원 정책의 결과가 지자체 재정력에 따라 갈리면 녹지 접근성의 지역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도시 열섬과 폭염 피해가 녹지 분포와 밀접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격차는 단순한 경관 문제가 아니라 건강 문제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 쟁점을 하나 더 꼽자면 지표 자체입니다. 1인당 공원 면적이라는 지표는 면적만 보고 접근성을 보지 않습니다. 정부도 시설 결정 기준과 실행 절차를 보완하면서 이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는데요, 도보 10분 거리에 공원이 있는 인구 비율 같은 접근성 지표가 병행돼야 정책 효과가 제대로 보입니다.
내 동네 공원 상태를 확인하는 네 단계
거창한 자료 없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단계, 토지이음에서 지목과 용도지역을 확인합니다. 자주 가는 산책로나 뒷산 주소를 넣어보면 도시공원인지, 도시자연공원구역인지, 아무 지정이 없는 사유지인지 바로 나옵니다.
2단계, 공원 종류를 봅니다. 같은 도시공원이라도 근린공원·어린이공원·소공원은 생활권 공원이고,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성격이 다릅니다. 생활권 공원 여부가 일상 이용에 직결됩니다.
3단계, 지자체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찾아봅니다. 대부분 시·군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고, 10년 단위로 어디를 매입하고 어디를 조성할지 적혀 있습니다. 내 동네 부지가 우선순위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단계, 미집행 현황을 대조합니다. 결정은 돼 있는데 조성이 안 된 부지라면 향후 실효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주민 의견 제출이나 공청회 는 대개 이 단계에서 열리는데, 결정 고시 이후에는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FAQ
공원일몰제로 실효된 땅은 바로 개발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원 결정이 사라져도 용도지역 규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대부분의 산지형 공원 부지는 자연녹지지역이라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이 강하고, 경사도·표고 기준에 걸려서 실제 개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평지에 가까운 일부 부지는 개발 압력이 실제로 나타났습니다.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공원처럼 쓸 수 있나요?
출입 자체는 대체로 가능하지만 지자체가 시설을 설치할 의무는 없습니다. 화장실·주차장·산책로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구간이 많아 체감상 공원이라기 보다 관리되는 산에 가깝습니다. 토지 소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있어 출입을 막는 사례도 생깁니다.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왜 갈등이 반복되나요?
공원 70%를 확보하는 대가로 30% 이하에 개발을 허용하는 구조 자체가 맞교환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면적으로 보면 공원이 지켜지지만, 개발되는 30%가 대체로 접근성 좋은 입구 쪽이라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큽니다. 공원 면적이 늘었다는 통계와 동네가 달라졌다는 체감이 정반대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조망·일조·교통량 문제가 함께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1인당 공원면적 12.3㎡는 충분한 수준인가요?
국제 비교로는 낮지 않지만 체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산지형 공원이 통계에 크게 반영되기 때문인데요, 걸어서 접근 가능한 생활권 공원으로 좁히면 서울 기준 5.71㎡ 수준으로 법정 기준 6㎡에도 못 미칩니다. 면적 지표와 접근성 지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주민이 공원 조성 과정에 참여할 방법이 있나요?
있습니다.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과 도시관리계획 변경 과정에는 주민 의견 청취 절차가 포함됩니다. 열람공고 기간에 서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지자체 공원녹지 관련 위원회에 시민 위원이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결정 고시 전 단계에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도시공원일몰제 이후, 도시공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명의숲)(Report)
- e-나라지표 도시공원 조성 현황 (국토교통부 도시계획현황)(GovernmentService)
- [전문분야 이야기]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5년의 단상(NewsArticle)
-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한 정책 대응과 한계(Report)
- 일몰제에 대비한 도시공원 조성, 정부차원 적극 지원(GovernmentService)